‘국보’ 이상일 감독 “러닝타임 3시간? 인생 닮기엔 짧아” [RE:인터뷰③]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이상일 감독이 ‘국보’ 러닝타임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상일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NEW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봉을 앞둔 영화 ‘국보’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일본의 전통 연극인 ‘가부키’가 주제다.

일본에서 관객 수 1,207만 명을 돌파하며 일본 역대 실사 영화 1위 달성을 목전에 둔 영화 ‘국보’는 175분(2시간 55분) 분량으로도 화제가 됐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보통 100분 내외인 경우가 가장 많기에 블록버스터 분량의 예술 영화인 ‘국보’는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원작) 소설이 길어서 그렇다”며 유쾌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소설에는 더 많은 인물의 인생이 소개돼 있다. 영화로는 키쿠오(요시자와 료)의 인생을 특별하게 보여주려 했다”며 “‘마지막 황제’ 같은 작품도 그렇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담기에 2시간은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3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그 시간 동안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몰입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일본에서도 3시간은 긴 편이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OTT는 8시간~10시간 계속해서 정주행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보’는 자신의 인생을 예술(가부키)에 모두 바친 인물들과 그들의 곁에 존재하는 가족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악마에게 영혼을 바쳐서라도 일본 제일의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키쿠오의 인생을 따라 흘러가고 그의 곁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된다.

이 감독은 “키쿠오는 자기 가족을 행복하게 하려는 마음도, 불행하게 하려는 마음도 없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여성들을 비롯해 키쿠오에게 끌려가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 ‘아름다운 괴물’이라 칭해지는 ‘인간 국보’ 만기쿠(타나카 민)와 키쿠요의 관계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만기쿠는 키쿠오에게서 자신을 봤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는 자신과 다른 사람이기에 가르칠 수 있지만 키쿠오는 자신과 같기에 가르칠 필요도 없고 가르칠 수도 없는 존재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 전개 중 키쿠오가 가부키와 멀어지게 됐을 때 만기쿠는 화가 나기 보다는 무대 위에 있어야 하는 일종의 ‘자연의 섭리’를 키쿠오가 벗어났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에서 피로 이어지는 예술인 가부키에 혈통이 없는 외부인 키쿠요는 인생을 바쳤다. 키쿠요와 대비되는 인생을 살아가는 슌스케 역시 키쿠요의 재능을 부러워했다. 혈통과 재능이라는 영화의 큰 주제를 놓고 이상일 감독은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 이 감독은 “키쿠요와 슌스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부분(일종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해방된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집착과 본능적인 욕구가 결국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대 위의 빛과, 무대 뒤의 어두움을 모두 다루며 오로지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를 담은 듯한 이 영화는 압도적인 작품성으로 흥행의 역사를 썼다.

일본 영화계에 전설을 쓰고 한국을 찾은 영화 ‘국보’는 오는 19일 극장에서 공개된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주)미디어캐슬, 영화 ‘국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