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설계한 계략에” 어쩔 수 없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는 한국의 이 ‘기업’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판 러시아의 설계…2025년 말 바이백 기로

현대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3년 12월 현지 업체(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전체 지분을 고작 1만 루블(약 14만원)에 헐값 매각했다. 하지만 계약에 “2년 내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반드시 포함시켰고, 그 마감 기한은 2025년 12월 31일로 임박해 있다. 실제 계약 체결은 2024년 1월에 종료됐으나, 결국 현대차는 러시아 복귀 여부를 약 한 달 반 남짓한 기한 내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

공장도, 브랜드도 모두 빼앗긴 ‘솔라리스 신드롬’

러시아 AGR그룹은 공장 인수 후 현대차가 현지에서 인기 차종으로 키운 ‘솔라리스’ 브랜드까지 가져갔다. 해당 브랜드 사용권을 확보한 뒤, ‘러시아판 솔라리스’로 외형이 유사한 차량을 현지 생산·출시하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중국 GAC의 부품을 조달해 현대차 구형 생산라인을 중국차 하청공장화하는 전략까지 병행했다. 솔라리스 브랜드는 러시아 3대 베스트셀러였던 만큼, 현지 소비자 인지도와 효용성도 높고, AGR는 현지 판매 승인을 빠르게 마쳤다.

러시아의 ‘복귀 몽니’와 현대차의 부담

러시아 정부와 현지 구매자들은 바이백 옵션으로 현대차가 돌아오는 것에 쉽지 않은 복귀 조건을 내걸고 있다. 만일 되살릴 경우, 단순 공장 원상 복귀가 아니라 실제 시장가격(수천억원 투자비 환산)까지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기류가 강하다. 푸틴 대통령 및 러시아 하원은 “헐값 도망간 외국기업에 바이백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경고해, 복귀비용과 정치적 부담이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브랜드·상표권 재등록…미묘한 ‘되돌릴 명분’ 남긴 현대차

현대차는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러시아 현지에 2034년까지 유효한 30개 이상 상표권을 재등록했다. 이는 남은 기간 내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상업적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완전 철수 대비 브랜드 노출·서비스 유지 등 현실적 고민의 흔적이다. 재매입 후에도 중국차 하청,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재진입 리스크는 만만치 않다.

선택의 진짜 무게—공장 복귀냐, 완전철수냐

현대차가 재매입을 선택하면 엄청난 투자금과 국제사회의 비판, 현지 정치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한다. 반대로 완전 철수하면, 해당 공장과 브랜드는 중국차로 대체되어 러시아 내 현대차의 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 이미 현지에서는 복귀설이 설왕설래 중이며, 실사·손익분석 작업도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남은 한 달 반, ‘상징과 수익’ 갈림길에 선 현대차 러시아 전략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단순 생산기지나 사업부문이 아니라, 현대차 브랜드, 해외 네트워크,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입지를 동시에 상징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복귀·철수 모두 리스크와 기회가 상존하며, 현대차의 국제 전략 선택이 장기적으로 브랜드·수익·시장 판도에 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