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리면 요양병원 보내라” 왕종근, 아내·아들에게 남긴 유언 (‘퍼라’) [종합]


[TV리포트=한수지 기자] 아나운서 왕종근이 아내와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12일 방송된 TV조선 ‘퍼펙트 라이프'(이하 ‘퍼라’)에서는 아나운서 왕종근과 아내 김미숙이 함께 등장해 근황을 공개한다.

이날 왕종근은 아내와 함께 2년 만에 ‘퍼라’를 찾았다. MC 현영이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냐”고 안부를 묻자, 왕종근은 “치매를 앓으신 장모님을 4년간 모셨는데, 올해 5월에 별세하셨다”며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그는 “장모님이 계실 때는 온 가족의 관심과 시선이 모두 장모님께 집중됐었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허탈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아내는 아직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김미숙을 걱정했다.

김미숙은 “엄마를 놓아드려야지 생각할 수록 곳곳에 엄마의 추억이 너무 많으니까 문득 문득 생각이 난다.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라며 아직까지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왕종근은 “제가 봤을 때 아내가 우울증이 왔었다. 지금도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미숙은 “엄마가 하늘 나라에 가면 슬픈데 우울증이라고 안했으면 좋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치매 예방법을 알아보기 위한 왕종근, 김미숙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아내는 남편의 밥만 차려주고는 본인은 식사를 하지 않으려 했다.

김미숙은 왕종근이 식사를 챙겨주자 겨우 한 술을 떴다. 아내는 “난 아직 어색한 게 엄마랑 같이 있다가 우리 둘이 있으니까 마음이 아프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왕종근은 “장모님이 딸에게 고맙다고 한 적이 없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수시로 고맙다고 하시더라”라고 회상했다.

이후 김미숙은 집안에 있는 엄마의 흔적들을 정리했다. 엄마의 일기장과 사진을 보던 김미숙은 “엄마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해놓고 어디 갔냐. 2022년에는 엄마가 있었는데.. 엄마 지금은 어디있어? 엄마 보고싶다”라며 오열했다.

왕종근은 “무남독녀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자식이라고는 자기밖에 없으니까 엄마와 딸이 서로의 생명이었다. 지금도 아내는 후회만 한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사위는 나쁜 놈인 것 같다. 사람들이 욕을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장모님이 안 계시니까 해방감이 있었다. 그동안 가슴에 무거운 돌을 얹어놓은 듯 답답했다. 장모님이 별세하시고 나니 누르던 돌이 없어졌다. 이런 마음을 아내 앞에서 표현할 수가 없었다”라고 지금껏 드러내지 못했던 속내를 고백했다.

이를 듣던 아내 김미숙은 “남편은 엄마한테 완벽한 사위였다. 저는 제 시아버지가 엄마와 같은 상황이었으면 남편처럼 못했을 것 같다”라며 왕종근을 깊이 이해했다.

한편, 독립한 아들 재민이 부부의 집을 찾았다. 아들과 드라마 ‘컨피던스맨KR’을 시청하던 중 왕종근은 배우 박희순을 보고 “되게 유명한 사람 아니냐?”고 물었지만, 금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해 패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어 “아는 사람인데도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고 말했고, 이를 들은 패널 이성미는 “기억이 잘 안 날 때가 있다”며 공감했다.

왕종근의 아들은 청소를 마친 엄마가 다시 청소기를 드는 모습을 보고 “요즘 엄마가 너무 깜빡깜빡하신다”며 “요즘 엄마, 아빠 모두 걱정돼서 간단한 검사를 위해 병원을 예약해 뒀다”고 말했다.

이에 부부는 치매 검사를 하게 됐다. 그 결과 왕종근은 중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조성윤은 “왕종근님에게 ApoE4 단백질이 있다. ApoE4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유전적인 것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더 중요하다. 그보다 혈압, LDL콜레스테롤, 혈당, 금연, 운동을 더 잘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왕종근은 “나는 미리 유언을 하겠다.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면 절대로 집에서 같이 고통받지 마라. 요양병원에 보내고 면회도 오지 마라. 내 아들도 모르고 내 아내도 누군지 잘 모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버지의 진심에 재민은 “이 얘기를 3년 째 하고 있다. 나는 아빠를 끝까지 책임질 거다. 가족력이 있는 걸 인지하고 조심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듬직하게 말해 감동을 안겼다.

한수지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TV조선 ‘퍼펙트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