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이상일 감독이 영화 ‘국보’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13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국보’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상일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일본의 전통 연극인 ‘가부키’를 주제로 한다.
이상일 감독은 “본격적인 개봉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만큼 더 긴장된다. 한국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날인 것 같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일본 전체 실사 영화 흥행 2위에 이어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국보’의 흥행에 이상일 감독은 “나도 무척 놀랐다. 개봉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관객 수를 통해 작품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젊은 층은 온라인을 통해, 노년 층은 입을 통해 작품을 알려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놀라운 성과에 힘입어 ‘국보’는 일본 대표로 아카데미 출품이 결정됐다. 이와 관련해 이상일 감독은 “‘국보’는 가부키를 주제로 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가부키를 소개하려는 마음보다는 무대 위의 배우들과 그들을 지지하고 보살펴 주는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휴먼 드라마를 그려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일 감독은 “가부키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봤을 때 오페라,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종류의 예술에 인생을 걸고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배우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보기에 굉장한 빛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거기에 숨어있는 그림자가 굉장히 넓고 짙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면서 “그림자를 등에 지고, 그 빛나는 존재들에 대해서, 예술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라 믿는다”고 아카데미 출품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국보’는 단순히 가부키를 소개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부키 속에 담긴 삶을 다뤘다. 이상일 감독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보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부키 배우로서 연기하는 모습을 넘어 그들의 삶, 중압감 등 구체적인 내면을 담고자 했다. 클로즈업 장면도 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말했다.
눈을 닮은 흰색과 피를 닮은 붉은색은 영화의 메타 키 비주얼 컬러로 사용됐다. 이상일 감독은 영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흰색과 붉은 색의 대비에 대해 “눈의 흰색은 ‘죽음’, ‘모든 것들을 뒤덮어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피의 붉은색은 생명이 깃든 색이라고 느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가부키 화장도 그렇다. 가장 먼저 배우의 얼굴을 흰 물감으로 전부 뒤덮는다. 배우 자체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뒤덮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붉은 색의 화장을 올린다. 이것은 배역의 생명을 집어넣는 행위라 생각한다”며 깊은 의미를 고백했다.
영화에서 키쿠오 역을 맡은 요시자와 료는 압도적인 열연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영화를 기획했던 5-6년 전부터 요시자와 료가 아니면 이 영화를 제작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힌 이상일 감독은 “연기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연기력에 대한 부분을 넘어선 것이 있다. 요시자와 료와 키쿠요는 공유하는 ‘투명하면서도 텅 빈 무언가’가 있다”며 “외연과 특유의 분위기도 캐스팅에 큰 영향을 줬다”고 영화를 함께한 요시자와 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극 중 등장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라는 화두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한국 감독님들도 모두 팔 것 같다. 나도 그럴 수 있다면 팔 것 같다”며 감독으로서 예술에 가진 열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끝까지 무언가를 하기 위해 밀어붙이며 나아가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무의식중에 희생되는 것이 생길 것이고 뭔가는 변할 것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앞선 말을 설명했다.
천만 관객 돌파, 아카데미 진출 등 일본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이상일 감독은 일본 영화계에 ‘국보’ 같은 감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한국이 뿌리인 사람이고 한국인이지만 그 점이 직접적으로 이 영화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혈통이라는 것, 외부에서 온 인간이라는 것과 같은 영화식의 구조는 아마도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요소(재일교포)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의 관객분들이 이런 점까지 더 밀접하게 느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혈통을 넘어선 재능의 이야기, 이상일 감독이 전했기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영화 ‘국보’는 오는 19일 극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주)미디어캐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