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타자 ‘관객 불만’ 폭주…평점과 상영관 수가 반비례하는 韓영화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연기 경력만 도합 160년이 넘는 원로 배우들이 함께한 영화가 극장가에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가 극찬하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은 뒤 제26회 캘거리 국제영화제, 제24회 트라이베카 영화제에도 초청받으며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관객들의 호평 속에 상영관 역주행과 릴레이 응원 상영회까지 개최된 이 영화는 ‘사람과 고기’다.

양종현 감독의 장편 영화 ‘사람과 고기’는 지난달 7일 개봉한 후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 허기로 이어진 노년의 찬가…”삶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영화 ‘사람과 고기’는 비슷한 처지인 노인 3인방(박근형·장용·예수정)이 우연히 만나 돈이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인 고기를 함께 ‘공짜’로 먹으러 다니며 생기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시작은 폐지 줍기와 싸움이었고, 마음을 나눈 것은 소고기뭇국이었다. 이후 고깃집에 들어가 돈 없이 고기를 먹고 도망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완전히 뭉친 세 사람은 처음만 어려웠지 두 번째부터는 맛있기만 한 ‘고기 먹방’을 시작한다. 

다양한 각본, 새로운 애드리브,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고깃집을 다니며 단백질 보충에 나선 세 사람은 고기를 먹는 것 이상의 희열을 느끼며 ‘살아가는 맛’을 씹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노인 3인방의 대담했던 고기 무단 취식은 덜미를 잡힌다. 그리고 세상은 알지 못하는 그들의 삶을 쉽게 재단하고 평가한다.

영화가 전개되며 관객은 사람과 고기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느끼게 된다. 불 위에 고기는 구워지고 노인들은 작열하는 세월에 타들어 간다. 이들이 먹는 건 정말 단순한 ‘고기’일까. 구워지는 고기와 고기를 먹기 위해 모인 노인들, ‘무단 취식’이라는 세 사람의 선택은 결국 양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범죄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영화의 막바지를 함께한 관객은 결국 삶이 모두에게 공평하고, 누구나 늙어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된다. 영화적 경험은 그렇게 노년의 삶에 대한 공감이자 찬가로 이어진다.

‘사람과 고기’는 영화관을 나선 이후 완성된다. 영화 밖에 존재하는 세 노인을 닮은 노년의 초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끝나지 않는 영화를 곱씹게 만든다.

▲ “상영관이 없는 게 한”…영화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직접 나섰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배우 박근형·장용·예수정의 열연과 양종현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완성된 ‘사람과 고기’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선공개 이후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달 7일 개봉한 ‘사람과 고기’는 공개 직후 CGV 골든에그지수 100%, 네이버 평점 10점을 달성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호평이 늘어날수록 관객들의 불만이 생겨났다. 독립영화 특성상 적은 상영관이 배정된 점과 상영 시간이 주로 아침과 늦은 밤인 탓에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보기가 힘들다는 점 때문이었다

관객들의 성원과 꾸준한 입소문에 개봉 2주 차 60개였던 상영관은 개봉 3주 차에 13개가 늘어난 73개가 됐다. 이후 ‘사람과 고기’는 개봉 4주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꾸준하게 상영을 이어가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좋은 영화’를 알리기 위해 배우 최강희, 유태오, 윤상, 장항준 감독,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의 자발적인 릴레이 응원 상영회까지 합쳐졌다. 가수 양희은도 “다양한 세대가 같이 보며 이야기를 나눌 만한 작품이다.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가, 어떤 노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등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다”는 극찬과 함께 오는 19일 ‘사람과 고기’ 응원 후원 상영회를 열겠다며 영화 홍보에 나섰다.

꾸준히 이어지는 사랑에 배우들과 양종현 감독도 응원 감사 GV를 준비해 오는 8일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로 치열한 상영관 쟁탈전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고기’는 지금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영화 ‘사람과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