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전재산 잃고 119 구조…원로배우 남포동 별세, ‘굴곡진 인생사’ 애도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코믹 감초 연기로 사랑받았던 원로배우 남포동(본명 김광일)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지난 23일 방송계에 따르면 고(故) 남포동은 투병 끝에 이날 오전 5시 10분께 별세했다. 고인은 두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전해졌다.

고인의 빈소는 의정부 을지대학병원(평온관) 5호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낮 12시 엄수된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1944년생인 고 남포동은 지난 1965년 영화 ‘나도 연애할 수 있다’로 데뷔했다. 시나리오 작가인 윤삼육이 당시 관례상 남기남 감독의 이름을 따 ‘남포동’이라는 활동명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남포동은 영화 ‘제3한강교’, ‘고래사냥’ 시리즈, ‘변강쇠’, ‘황진이’를 비롯해 드라마 ‘보디가드’, ‘인생은 아름다워’, ‘대왕의 길’, ‘봄날은 간다’, ‘황제를 위하여’, ‘인간 시장’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대중에 눈도장 찍었다. 그는 특유의 맛깔나는 연기력으로 감초 연기의 대명사로 불렸으며 출연한 영화만 167개를 넘어가는 명실상부한 다작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부터는 박미선, 이봉원과 함께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밤이 무서버”라는 유행어로 ‘개그맨을 웃기는 배우’로 사랑받기도 했던 고인은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2000년경 큰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수십억 원의 피해를 보게 된 남포동은 이로 인해 당시 배우자와 이혼하게 됐다. 두 번의 이혼과 사업 실패, 사기 피해 등을 겪고 빈털터리가 된 채 10년 넘게 모텔을 전전하게 된 고인은 지난 2009년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1월에는 경남 창녕군의 한 주차장에서 남포동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119에 구조됐다는 사실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당시 차량 내부에서는 술병과 잿가루가 담긴 양동이가 발견됐다.

이후 채널 ‘근황올림픽’에 출연한 남포동은 극단적 선택 시도를 후회한다고 밝히며 “90세까지 악착스럽게 살겠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MBN ‘특종세상’에 출연한 고인은 여전히 모텔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큰 사랑을 받던 배우였으나 굴곡진 인생사 속 눈을 감은 고 남포동의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영화 ‘학교 가는 길’, ‘미녀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