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 가성비’의 착시, BYD 아토3의 한국 실패
중국 BYD의 소형 SUV 전기차 ‘아토3’는 2025년 상반기 한국 상륙 당시 “가성비 전기차”라는 수식어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출시 6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 1,899대, 신차등록 순위 10위권 밖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기간 국산 EV인 기아 EV3는 1만3,667대, 현대 코나 일렉트릭은 2,434대, 캐스퍼 일렉트릭(3,900대), 레이EV(6,258대) 등과 큰 격차를 보였다. 적어도 한국 소비자에게 ‘저렴함’만으로는 충분한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현실이 수치로 드러났다.

가격, 성능, 브랜드 이미지 그 이상의 문제
아토3는 실질적으로 국산 동급 전기차보다 수백만 원 저렴한 가격, 풍부한 기본 옵션, 탄탄한 안전성(유럽 NCAP 5스타) 및 넓은 실내 공간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질적 선택에서는 여러 이슈가 동시에 작용했다. 초반 출고 지연·환경부 인증 이슈,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부분 변경된 모델이 한국에선 구형 그대로 출시되며 ‘재고 떨이’ 논란이 불거졌다. 소프트웨어 오류, 언덕길 주행 감도 등 일부 경험적 불만, 서비스망 부족도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중국차’ 브랜드 이미지 한계가 구매 심리에 결정적 제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국산차와의 체감 신뢰도 격차
국내 소비자 대상 조사 결과, 소형 전기 SUV 구입 의향은 기아 EV3(53%), 현대 코나 일렉트릭(33%), 아토3(14%) 순이었으며, 86%가 국산차를 선호했다. 국산차의 검증된 기술력·내구성·중고차 가치·A/S 인프라와, 중국차에 대한 내재된 불안감이 뚜렷하게 영향을 미쳤다. EV3, 코나 일렉트릭 등은 OTA(무선업데이트), 첨단 운전자 보조, 긴 주행거리, 실내디스플레이 품질 등 세부 상품성에서도 체급 이상의 완성도로 호평받는다. 반대로 아토3는 저렴한 초기 가격, 옵션 풍부함 외에 명확한 ‘나만의 장점’이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소비자 후기의 공통점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통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BYD와 아토3는 유럽에서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BYD는 2025년 1~9월 EU+EFTA+영국 누적 12만대(299.5% 증가), 9월 기준 2만4,963대(+398%)로 유럽 전기차 신차 등록 1~2위를 기록했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전년 동기 대비 800%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BYD 브랜드가 “가성비+액티브 세컨카”로 완전히 안착했다. 유럽에서는 현지 중저가 EV 수요, 넉넉한 보조금, 중국차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비교적 적었고, BYD가 현지 고객 니즈에 맞춘 빠른 라인업 교체로 경쟁력을 급속히 끌어올렸다.

가격 경쟁력, 서비스, 제품 전환 속도 모두 ‘종합 관문’
아토3의 실패는 가격 경쟁력 하나만으로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유통망과 신속한 출고·모델 업그레이드, 현지화된 서비스망, 투명한 마케팅, 그리고 무엇보다 장기적 신뢰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BYD의 실적이 압도적인 것은 맞지만, 한국처럼 까다로운 소비자와 브랜드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에서는 전략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국내에서는 곧바로 구형 모델, 서비스센터 부족, 브랜드 정체성 미흡 등 세밀한 이슈까지 구매 전환율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이다.

브랜드·신뢰·고객 심리: 한국 전기차의 미래 경쟁력
국내 전기차 시장이 더 성숙해지고 소비자 눈높이가 올라갈수록, 단순히 “가장 싸다”는 이유 하나로 선택받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특히 BYD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합리적 가격 정책, 빠른 신모델 대응, 촘촘한 서비스와 “믿고 타도 괜찮을 브랜드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전기차 시장의 교훈은 신기술, 감성, 신뢰, 애프터서비스 등 전방위 강화만이 장기적 경쟁력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