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C ‘완전 해제’, ‘길게 누름’에 숨은 안전 설계
운전자들 대부분은 ESC(차체자세제어장치) 버튼을 짧게 한 번만 눌러 일부 기능을 해제하는 정도로만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3초 이상 길게’ 누르면 완전 해제 모드가 작동한다. 이 모드는 눈길이나 진흙길처럼 바퀴가 일부러 더 헛돌아야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만 활용해야 하며, 일반 도로나 고속주행 중에는 절대 해제해서는 안 된다. 제조사가 일부러 길게 누르는 ‘동의 절차’로 설계한 이유는, 잘못된 조작을 통한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EPB)로 작동되는 ‘긴급 제동’
주행 중 브레이크가 갑자기 듣지 않는 긴급 상황에서는, 전자식 파킹브레이크(EPB) 스위치를 길게 당기면 ABS와 연동된 긴급 제동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때 경고음이 울리면서 차량은 서서히 감속하다 시속 약 3km에 도달하면 완전히 정지한다. EPB 스위치에서 손을 떼면 즉시 제동이 해제된다.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제동 시스템 오류 등 진짜 위험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숨은 기능이다.

스마트키의 창문·선루프 ‘원격 제어’ 기능
무더운 여름철, 차량 내부 온도를 한 번에 낮추는 방법은 바로 스마트키의 ‘창문/선루프 원격 열기’다. 시동을 끈 뒤 도어 잠금 해제 버튼(또는 잠금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누르고 있으면 창문이나 선루프가 자동으로 동시에 열린다. 반대로 창문이 열린 상태에서 ‘잠금’ 버튼을 길게 누르면 한꺼번에 모두 닫을 수 있다. 이 알찬 기능은 현대차, 일부 수입차 등 대부분의 최신 차량에도 적용돼 있지만 실제로 알고 쓰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맞춤형 트렁크 높이 설정, ‘삐’소리로 저장
전동 트렁크 차량은 트렁크 문이 열리는 최대 높이를 운전자 취향에 맞춰 바꿀 수 있다. 트렁크를 원하는 높이에 수동으로 맞춘 뒤, 트렁크 닫힘 버튼을 약 3~5초 길게 누르면 ‘삐익’ 경고음과 함께 해당 높이에 저장된다. 이후에는 트렁크가 이 높이까지만 자동으로 열려, 지하주차장처럼 천장이 낮은 환경에서 차량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핸들·음성비서 호출 등 기타 ‘길게 누르기’ 팁
스티어링 휠의 통화(전화) 버튼을 짧게 누르면 통화/수신이지만, ‘길게’ 누르면 차량 내장 음성인식이 아닌 스마트폰의 음성비서(시리·구글 어시스턴트 등)가 호출돼 더 폭넓은 기능까지 쓸 수 있다. 제작사 및 차종에 따라 버튼 배열이 다를 수 있으므로, 운전자 매뉴얼에서 주요 버튼의 ‘길게 누르기’ 기능 항목을 꼭 확인해 실생활에서 활용하면 편의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올라간다.

매뉴얼 속 ‘히든 커맨드’, 이제 꼭 한번 꺼내 써보자
대부분의 차량 매뉴얼에는 별도의 설명 없이 소소하게 적혀 있지만, ‘길게 누르기’로 활성화되는 숨은 버튼 기능들은 실제로 생명과 연결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ESC 완전 해제, EPB 긴급 제동, 원격 창문/트렁크 조작, 음성비서 호출 등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고, 작은 조작으로 차량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필수 운전자 상식’이 됐다. 이제라도 내 차의 매뉴얼을 찾아, 내 차에도 숨어 있는 기능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