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운행 전부 금지” 환경오염 때문에 운행 전부 금지된 ‘이곳’


베트남, ‘오토바이 천국’에서 전면 금지 선언

‘오토바이의 나라’로 불리는 베트남이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팜 민 찐 총리는 “대기오염 수준이 한계에 달했다”며 2026년 중순 수도 하노이에서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정책은 2028년까지 호찌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될 예정으로, 이는 약 7,200만 대에 달하는 내연 오토바이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토바이

베트남은 인구 1억 명 중 약 80%가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 같은 대도시에서는 출퇴근 수단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의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 문제가 존재한다. 하노이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수치는 자국 기준의 2배를 넘으며, 전체 대기오염의 80%가량이 내연 오토바이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로 인한 대기·소음 공해와 건강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 오토바이 중심의 교통 혁신 추진

베트남 정부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제한이 아닌 ‘친환경 교통체계 전환’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전면 대체하고, 국가 차원의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교환소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탄소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현지 전기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제조 기반 확대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 불가피

현재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80% 이상은 일본 브랜드인 혼다, 야마하, 스즈키가 장악하고 있다. 혼다만 해도 현지에서 연 26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오토바이=혼다”가 통용될 정도다. 일본 정부와 제조사는 이번 금지 정책에 강력 반발하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대사관은 “갑작스러운 금지는 2,000여 딜러와 200여 부품업체에 종사하는 수십만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며 최소 2~3년의 유예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적 충격과 산업구조의 재편

베트남의 오토바이 산업은 6조 원 규모에 달하며, 내연기관 차량 생산·정비·부품공급 등 전후방 산업의 종사자 수는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번 금지 조치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구조조정을 불러올 전망이다. 정부는 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 오토바이 보조금 지급, 현지 생산업체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당수 중소 협력업체의 도산 위험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하노이 시내 ‘오토바이 없는 도시’ 첫 실험

2026년 7월부터 하노이 제1순환도로 구역 내에서는 모든 연료 오토바이 운행이 전면 금지된다. 이어 2028년에는 제2순환도로, 2030년에는 제3순환도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일부 구역에서는 이미 ‘배출 제로 구역’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교통 혼잡 완화와 공기질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서민들의 발을 묶는 정책”이라는 불만도 높다.

‘전기화 시대’에 대한 실험대가 된 베트남

베트남은 동남아 최대 오토바이 보급국이자 아시아 주요 제조 허브로, 이번 조치는 아세안 전체 교통 패러다임 전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역시 전기 오토바이 보급 정책을 속속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기반 이륜차 전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기 맑은 도시 vs 실직의 그림자”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환경 혁신과 경제 타격 사이의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질 개선과 전기 산업 성장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중소 상공인·운수 종사자의 대규모 실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친환경과 생계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얼마나 균형 있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베트남의 전기 모빌리티 실험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