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양원모 기자] 가야금에 인생을 걸었다.
4일 저녁 KBS 1TV ‘이웃집 찰스’에서는 국내 최초 외국인 가야금 산조 이수자 미국인 조세린(55) 씨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어린 시절부터 동양 문화에 매료됐던 세린 씨는 군인이었던 할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을 다니며 각국의 전통 악기를 배웠다. 그러다 1992년 국립국악원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세린 씨는 “처음에는 가야금을 이해 못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장단도 모르고, 박자도 몰랐기 때문”이라며 “조금 (가야금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스스로를) 돌아보니 하나도 이해를 못했더라. 더 알고 싶고, 가장 못하는 거라 가야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선 세린 씨의 소박한 일상이 소개됐다. 길가에 버려진 악기를 주워 재활용하고, 작업실에선 두 다리를 뻗은 채 편안하게 연습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본가가 있는 대전의 단골 백반집에서 청국장, 호박잎을 즐기는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세린 씨는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주 주말에는 전주에 계신 스승을 찾아가 배움을 이어갔다. 그녀의 스승은 중요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인 강은경 고수다.
강 고수는 “처음에는 (세린 씨가) 한국말을 잘 못했다. 병창을 가르치면서 발음 등을 가르쳤는데, 한 번을 (수업을) 안 빼먹었다”며 “지금은 가야금 전도사로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덕분에 국악계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한국 생활 33년 차. 그러나 여전히 자신을 향한 낯선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세린 씨는 “여전히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젓가락질을 할 수 있냐’, ‘한식은 먹을 수 있냐’ 물어본다. 이제 지겹다”며 “그럴 때는 ‘아 남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세린 씨는 “뿌리 깊은 예술을 통해서, 문화를 통해서 진짜 인간이 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사람들이 국악에 관심이 있어야, 사랑해야 외국 사람들도 (국악을)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다들 국악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웃집 찰스’는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리얼 적응기를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양원모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KBS 1TV ‘이웃집 찰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