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지호 기자] 영화 ‘범죄도시2’의 모티브가 필리핀 한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의 전말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괴물의 시간’ 4부에서는 최세용이 주범인 필리핀 한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을 심층적으로 파헤쳤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2.9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비드라마 장르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최세용 일당의 범행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나 여행을 온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교민 커뮤니티를 이용해 영어 공부나 관광을 도와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최소 19명을 납치하고 7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해 실종 상태인 피해자는 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인 최세용은 노름꾼 아버지 밑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4살의 나이에 서울로 홀로 상경한 후 절도 범행을 배우게 됐다. 미성년자 때부터 특수 절도로 징역살이를 반복하며 범죄의 길에 깊숙이 발을 들인 최세용은 지능이 뛰어났으며 교도소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이런 최세용의 지능은 가스라이팅과 잔혹한 범죄 수법에 사용됐다. 그는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 시신 없는 살인 사건 등 수많은 살인 사건의 배후로 가스라이팅을 통해 자신이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대신 공범들을 수족처럼 부렸다고 전해져 충격을 더했다.
수사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도 최세용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자신과 닮은 인물을 찾아내 위조 여권을 만들고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 대신 무전기를 사용하는 등 흔적 없는 주도면밀함으로 수사 기관을 피했다. 당시 수사 검사는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가장 유리한 변명이나 거짓말을 한다. 드라마 대본이나 마찬가지다”며 최세용의 철두철미함과 교활함을 회상했다.
잔혹한 범죄에 연루된 피해자 중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인 고(故) 윤철완 씨 부모님은 아들을 찾기 위해 필리핀 현지를 직접 방문했다. 윤 씨의 시신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과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를 찾아 유가족은 오열했다.
최세용은 필리핀 한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공범 김종석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당시 수사 검사는 “여전히 법률적인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며 최세용이 재심이나 가석방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며 사건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덧붙였다.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범죄도시2’는 지난 2022년 개봉했으며 1,269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공개 이후 실화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알려지며 필리핀 한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은 영화보다 더한 잔혹성과 기업을 연상케 하는 범죄 방식으로 충격을 안겼다.
캄보디아 납치 감금 사건이 최근 논란이 되며 과거 있었던 필리핀 한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 역시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노출된 범죄의 실상을 보여주는 예로 주목받고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SBS ‘괴물의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