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신윤지 기자] 한국 대중음악사의 전설로 남은 김민기의 데뷔 음반이 54년 만에 복각 LP로 돌아왔다.
지난 10일 재발매된 앨범 ‘김민기’는 금지와 회수, 암거래의 역사를 딛고 다시 빛을 보게 된 상징적 작품이다.
고(故) 김민기는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가수이자 작곡가, 연극 연출가로 한국 문화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71년 스무 살의 젊은 나이에 발표한 이 데뷔 앨범에는 ‘아침이슬’, ‘친구’, ‘길 위에서’ 등 청춘의 고민과 시대의 아픔을 담은 곡들이 수록됐다. 단 한 장의 정규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가능성을 각인시킨 불멸의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이 음반은 발매 직후인 지난 1972년 군사정권의 검열로 판매가 금지되고 남은 음반 전량이 회수됐다. 음반을 찍던 프레스 원판까지 폐기되면서 세상에서 사라졌고 희귀 LP로만 전해지며 수십 배의 가격에 암거래될 만큼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김민기의 첫 앨범은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를 연 출발점이자 시장과 타협하지 않은 음악가들의 계보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번 복각 작업은 지난 7월 김민기의 1주기를 맞아 학전이 기획한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오리지널 LP 여러 장을 수집해 음질이 가장 좋은 트랙을 선별, 최신 복원 기술로 되살렸다. 최종 음반은 프랑스의 LP 전문 제작사를 통해 완성됐다.
복각판은 단순한 재발매를 넘어 김민기의 예술세계를 기록하는 아카이브의 의미를 담고 있다. LP에는 40쪽 분량의 악보집과 가사, 당시의 메모, 친필 악보, 사진이 수록된 책자가 함께 구성되어 김민기의 창작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앨범은 LP 형태로만 발매돼 LP 플레이어가 없으면 들을 수 없다. 학전 측은 “이번 복각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어 디지털 음원으로는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 현대아이파크타워 1층 포니정홀에서 예스24 주최로 특별 청음회가 열린다. 청음회에서는 침묵 속에서 김민기의 음악을 듣고 ‘무언’으로 퇴장하며 그의 음악과 삶을 추모할 예정이다.
신윤지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