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허장원 기자]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구원자’가 예상치 못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준 감독이 제작한 ‘구원자’는 축복의 땅이라고 불리는 오복리에 이사 온 부부가 의문의 노인을 만난 후, 교통사고로 걷지 못하던 아들이 다시 걷게 되는 기적을 경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학교폭력 의혹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배우 김히어라의 복귀작이라는 것이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이사라 역으로 큰 주목을 받은 김히어라는 뮤지컬 ‘프라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등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으나 2023년 학교폭력 의혹으로 인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그는 제보자들을 직접 만나 갈등을 풀었고, 학폭 제기 당사자들과 각자의 삶을 응원하기로 했다면서 갈등이 해결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히어라는 “스스로를 더욱 엄격하게 되돌아보고 책임감 있는 사회인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인생을 다시금 다져나가겠다”고 전했다.

그가 맡은 인물은 오복리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오던 ‘춘서’로 그의 가족에게 닥친 저주에 가까운 불행을 파헤치며 점차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낸다. 신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히어라 캐스팅을 염두에 뒀다면서 “춘서는 흔한 도구적 인물로 보일 수 있는데 김히어라 배우가 하면 다른 결의 터치가 나올 거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김히어라는 “간절한 구원을 찾다가 생기는 사건과 위기가 관객에게 섬뜩함과 공포감을 주는데 그런 면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고 작품 선택 배경을 전했다. 이번 작품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편하지만 편하지 않은 여유를 즐겨야 될지,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하던 차에 대본이 들어왔다. 그 자리에서 바로 다 읽었는데 이야기도 재밌고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라 30분 만에 열심히 하겠다고 답을 드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춘서는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들로 기적을 깨닫는다. 그게 우리 삶과 비슷했고 내 상황과도 맞았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구원자’를 통해 삶과 현재에 감사함을 가지게 됐다는 그는 “이 자리도 기적”이라고 밝혔다.

또 ‘구원자’를 통해 오컬트 장르에 도전하는 주연 배우 송지효는 신체적 고통을 겪는 자신과 아들을 위해 잘못된 믿음에 몸을 내던지는 주부 ‘선희’로 변신했다. 그는 “사고로 눈이 보이지 않는 역할이다. 돋보기를 쓰고 촬영했는데 돋보기가 연기를 하는데 큰 몫을 했고, 비주얼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지효는 SBS 예능 ‘런닝맨’으로 열연한 것을 언급하면서 “연기는 그전부터 계속했으니까 캐릭터와 장르물, 연기에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재밌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김히어라에 “많이 어색하고 힘들었을 텐데 김히어라 씨의 집중력이 대단하고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에너지가 굉장히 강한 친구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신준 감독은 작품의 기획 의도에 대해 “사람들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대가가 있다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래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포스터 카피가 너무 좋았다면서 “영화만큼 간절한 분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같이. 그런데 이 영화를 떠나서 관객분들도 각자의 삶에 간절함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절함을 함부로 입 밖에 꺼내는 순간 그걸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섣불리 꺼내지 못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저는 무교인데, 불교도 가고, 성당도 가고, 초도 붙이고 정말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화두를 안고 극장을 찾아주시면, 이들의 간절함을 볼 수 있을 거고, 자신의 간절함을 생각하실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구원자’는 주연 배우부터 감독, 줄거리까지 ‘간절함’에 대한 각자만의 이야기를 담은 채로 제작됐다.
스스로 무너지는 인간들의 의미를 찾는 영화 ‘구원자’는 현재 전국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허장원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영화 ‘구원자’